****다단계인쇄를 통해 탄생되는 지폐****

세계 각국을 막론하고 국가에 유통시킬 목적으로 지폐가 탄생되기까지는 수많은 과정과 시간을 들여야만 비로써 국민들의 손에 돈이라는 지폐가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여러분이 무심코 사용하는 지폐가 단순한 것 같지만 제작과정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우선 발권당국인 한국은행에서 새로이 화폐를 발행하기로 결정된 때에는 첫째 화폐의 발행목적에 따라 화폐디자이너는 여러 가지 소재를 대상으로 도안을 하게 되며 도안이 끝난 뒤에는 최종 원판(原版)이 만들어진다. 원판이란 지폐를 인쇄하게되는 기본적인 인쇄판이라 할 수 있다. 화폐 디자이너의 작품이 화폐도안으로 최종 결정되면 화폐를 전문으로 조각하는 사람에 의해 금속판을 세밀하게 조각하게 된다. 이 때 조각되는 작품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조각 이상의 섬세함과 세밀함을 뛰어 넘는 상상이상이다. 

조각가가 음각으로 조각한 부분에는 인쇄용 잉크를 넣고 조폐지에 찍으면 화폐를 만질 때 오돌톨하게 느껴지는 부분(지폐에서는 양각부분이 된다)이다.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1000원권, 5000원권, 10000원권 어느 권종이라도 좋다. 오른쪽 인물도안에 손톱으로 살짝 긁어보면 뭔가 긁히는 느낌이 드는데 바로 이 긁히는 부분이 지폐원판을 조각할 때 음각부분에 들어 있던 잉크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기법이 요판(凹版)인쇄라고 하는데 지폐를 인쇄할 때는 최소 3번 정도의 인쇄과정을 거치게 된다. 30여년 전에 발행된 화폐중에는 평판인쇄가 많았기 때문에 인쇄과정이 2번으로도 충분했던 시절이 있었다. 평판으로 인쇄된 1962년도 발행된 10원권 지폐(사진 1)는 표면의 거칠함이 없다. 그러나 화폐발행과 더불어 위조화폐가 많아질수록 지폐를 제조하는데 있어서 요판인쇄는 빼 놓을 수 없는 과정이 되었다. 지폐가 인쇄과정에 들어가면 먼저 평판인쇄가 이루어지는데 평판인쇄에서는 화폐바닥에 은은하게 나타내는 무늬나 형광인쇄 등이 평판인쇄에 해당된다 할 수 있다. 1000원권 지폐를 예로들면 좌측상단에 “1000”, 중앙부분에 무늬나 우측상단에 사슴모양의 무늬 등이 평판인쇄이다. 

한편 요판인쇄는 퇴계이황의 영정이나 좌측 하단에 화살통 등은 요판인쇄이다. 사진  에는 요판으로만 인쇄한 5000원권 지폐의 시쇄(試刷:시험인쇄)품이다. 화폐의 고유번호나 한국은행총재의 인장(印章)등은 활판인쇄로 이루어진다. 활판인쇄는 활자판을 만들어 인쇄하는 방식이다. 근래는 컴퓨터의 보급으로 인쇄소가 많이 없어졌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 주변에 있었던 인쇄소에서 행하던 방식이 활판인쇄이다. 

요판인쇄로 인쇄한 지폐를 들여다보면 묵직하고 중후한 멋을 느낄 수 있으며 고전적인 분위기로 인해 지폐의 멋을 더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요판인쇄는 한국조폐공사에서 전량 이루어진다.   한국조폐공사에서 인쇄되는 요판인쇄는 지폐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걸쳐 요판인쇄가 이루어지고 있다. 수표외에 우표에서도 요판인쇄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또한 경제발전으로 상품권사용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상품권 위조도 증가하는 추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상품권에도 요판인쇄를 하는 경향이 있다. 

요판인쇄의 역사를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1980년대 이전에 제조된 지폐의 요판인쇄는 대부분 영국의 토마스데라두(Thomas Deraru)사에 의해 원판을 제작하여 인쇄하였다. 

이처럼 대부분의 국가에서 요판인쇄를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위조지폐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일반사회에서 인쇄하는 대부분의 인쇄기는 요판인쇄기가 없다. 이는 국가적인 중요한 문서 및 지폐, 유가증권 등을 인쇄하기 때문에 인쇄기 보급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 

요판인쇄의 또다른 장점은 컬러복사기가 대량으로 보급됨에 따라 컬러복사로 인해 피해도 증가추세이지만 요판인쇄된 지폐의 색상은 복사가 가능하지만 지폐표면의 거칠한 부분은 복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여 위조지폐방지에 도움이 된다. 

인쇄기술의 발달은 플라스틱지폐(엄밀히 말하자면 플라스틱폐)라고 하는 Polymer에까지 요판인쇄를 하게되는 기술발전을 이루고 있다. 

각국의 발권(發券)당국에서는 지금까지 설명한 복잡한 지폐제조과정을 거치면서 비로서 한 장의 지폐를 만들어 낸다. 지폐가 만들어졌다하여도 전부 통용되는 것은 아니며 다방면의 전문가에 의해 품평회를 거쳐서 승인이 되어야만 유통이 가능하게 된다. 사진  는 러시아의 견본화폐로서 만들어졌지만 불행히도 유통되지 못하고 사장(死藏)된 지폐이다. 견본표시로 일련번호가 0000000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