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권 발행과 화폐 발행 규정 등을 법률로 명시하는 내용의 화폐기본법을 발의한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의원과 정종복(鄭鍾福)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갖고 관계부처와 학계 및 시민단체의 의견을 청취했다. 

재경부 임영록 금융정책국장은 행사에 앞서 배포한 토론문에서 "정부는 현재 리디노미네이션(화폐액면단위변경)과 고액권 발행에 대해 실행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며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이 해결돼 체감경기가 좋아지고 광범위한 사전검토가 이뤄지고 나서 논의가 진행되는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임 국장은 또 "수표발행 비용 절감 등 경제적 측면에서 고액권 발행의 필요성이 일부 있지만,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자극, 음성거래의 증가 등 경제내.외적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면서 "화폐 발행이 법으로 규정될 경우 경제여건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없다는 점에서 `화폐기본법''의 제정 실익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권영준 경제정의연구소장도 "고액권 발행은 뇌물이나 투명하지 않은 거래의 단위를 고액화시켜 사회적 부패를 증대시킬 수 있고, 리디노미네이션은 사회적 불안감이 높아지고 인프라 교체로 엄청난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면서 "그 검토나 논의조차 부정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한국은행 김두경 발권국장은 "현재 자기앞수표가 고액권의 대체수단으로 사용됨에 따라 거액의 사회적 낭비가 초래되고, 정부가 누려야할 화폐주조차익(시뇨리지)를 시중은행이 수혜하고 있다"면서 "고액권이 발행되면 통안증권 발행규모가 줄고, 이로 인한 한국은행의 이자지급액이 약 1천억원 감소해 재정수입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고액권 발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국장은 "그러나 화폐의 제조, 발행 등에 관한 사항을 별도의 법률로 정할 경우 한국은행 발권업무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면서 "한국은행법을 개정해 일괄 규정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희의소 이현석 상무는 "고액권 발행시 물가가 상승하거나 세수가 감소한다는 주장은 논거가 희박하다"면서 경제규모에 맞춘 고액권 상승을 주장했고, 온기운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역시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수표발행에 따른 사회적 비용 부담이 높은만큼 고액권 발행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